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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늘 예고없이 와
내가 닫아둔 곳을
아무렇지 않게 밟아
문은 잠겨 있었고
나는 분명 버텼는데
넌 틈도 아닌 곳으로 밀려 들어와
처음엔 막을 수 있을 줄 알았어
이정도 거리쯤은 내가 정할 수 있다고
근데 이상하지
네가 한 번 지나가면
내가 세운 선들이
전부 남의 것 같아

너는 자꾸 나를 침범해
허락한 적 없는 곳까지
아무렇지 않게 와
숨겨둔 마음도 버려둔 감정도
네 손에 닿기도 전에 무너져가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내 안이 바뀌는 걸 보고 있어
피하고싶은데
이상하게
네가 없는 쪽이 더 무서워

넌 세게 밀지도 않아 큰소리 내지도 않아 그냥 나를 보고 조금 가까이 설 뿐이야 그게 더 잔인해 그게 더 속수 없어 나는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네 쪽으로 기울어 괜찮다는 말은 입에 남아있는데 내 몸은 이미 다른 대답을 해 싫다는 말은 끝내 나오지 않고 나는 또 네가 온 자리를 비워둬 넌 빼앗은 적 없고 나는 준 적도 없어 근데 왜 내 안에는 네 자리만 늘어나 밀어낸 적 없는데 밀린 것 처럼 나는 조금씩 나를 잃어가 너는 자꾸 나를 침범해 허락한 적 없는 곳까지 아무렇지 않게 와 숨겨둔 마음도 버려둔 감정도 네 손에 닿기도 전에 무너져가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내 안이 바뀌는 걸 보고 있어 피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네가 없는 쪽이 더 무서워 no line no door 전부 흐려져 no sound too close 이미 늦었어 no way no words 거부할 말도 없이 나는 네가 만든 쪽으로 천천히 넘어가 내가 지키던 것들 별것도 아니었나 봐 너 하나 들어왔다고 이렇게 쉽게 무너져 우습게도 나는 망가지는 중에도 네가 더 가까워지는 걸 먼저 확인해 이건 부서지는 건지 열리는 건지 아직도 나는 이름을 못 붙여 근데 네가 없는 밤은 너무 조용해서 그 조용함이 더 견디기 힘들어 어떻게 들어왔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분명 막고 있었고 분명 버티고 있었는데 돌아보면 너는 이미 안쪽에 있어 내가 가장 숨기고 싶던 그 자리까지 너는 결국 나를 침범해 내가 인정하기 전에 이미 깊이 들어와 숨겨둔 마음도 버려둔 나도 네가 지나간 뒤엔 다른 모양이 돼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네가 만든 쪽으로 서 있어 피하고 싶은데 이제 알아 나는 이미 너를 막고 싶지 않아 넌 그냥 나를 본 것 뿐인데 나는 왜 전부 줘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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